등산, 여행

명수 부부와 찾은 덕유산 겨울 산행 (2012.01.06)

일체유심조왈 2013. 1. 9. 16:27

단기 4345년 동짓달 스무 닷새날[서기 2013년 1월 6일]인 지난 일요일 아침 7시. 전화를 받자마자 급히 옷을 입고 베낭을 챙겨들고서 황급히 명수네 가게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 명수가 건네 준 커피 한 잔 마신 후 명수 부인이 준비해 온 김밥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덕유산으로 향하는 명수네 차에 몸을 맡겼습니다.

 

덕유산 국립공원 구역 중 전북 무주군 설천면에 위치한  (무주)구천동 탐방지원센터[삼공지구]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서 준비운동도 없이 곧바로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을 향해 출발합니다. 위 사진은 주차장을 거슬러 올라가다가 만난 지원센터 근처의 느티나무[?]에 기생하고 있는, 열매는 반투명의 액과로 둥글고 연한 노란색으로 10~12월에 익으며, 전국 각지의 참나무, 팽나무, 물오리나무, 자작나무 및 밤나무 등에 기생하는 기생성 상록활엽소관목인 "겨우살이"입니다. (10:01)

 

입구 주차장에서 갈림길인 백련사까지 6km 구간은 무주구천동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평지나 다름없는  산책로 같은 자전거 길입니다. 오늘 같이 산행을 한 명수 부부가 가던 길 멈추고 잠시 포즈를 취해 줍니다. (10:42)

 

덕유산 백련사라고 씌어진 백련사 일주문 현판 아래서 잠시 추억의 한 장을 장식하기 위한 사진을 남겨 봅니다. (11:17)

 

일주문을 지나 만난 백련사 바로 아래에 위치한 갈림길 이정표 입니다. 이곳에서 명수네가 준비해 온 계란 두 개씩 나눠 먹고서 수월한 코스인 왼쪽 오수자굴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11:23)

 

상고대나 설화는 없었지만 산행로에는 많은 눈이 쌓여 있어 산행 내내 새하얀 눈 만을 밟고 다니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11:38)

 

간혹  지나는 산행객이 보일 뿐 인적이 드문 걸 보니 비교적 한산한 구간인가 봅니다. (12:11)

 

명수 동무가 밟고 있는 산행로 바닥에도 적설량이 제법 되니 주변을 합하면 1m는 족히 넘을 것 같습니다. (12:12)

 

해발고도 1,242M 높이에 위치한 오수자굴 입구에서 사진도 찍으면서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내부 공간이 꽤 넓어 장정 수 십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입니다. (12:34)

 

오수자굴 내부에는 얼음으로 된 종유석과 석순, 석주[?] 등 자연이 만든 걸작들이 산행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12:35)

 

석회암 동굴에나 있을 법한, 마치 수정으로 만들어진 종유석과 석순 같아 살짝 조심스럽게 만져 봅니다. (12:35)

 

얼음수정이 상할까봐 조심하면서 한 장 더 사진으로 담아 봅니다. (12:36)

 

산행로 주변의 산죽이 거의 묻힐 정도로 많은 눈이 쌓여 있습니다.(12:50)

 

경사가 거의 없는 편안한 코스를 걷다가 오수자굴 직전부터 가팔라진 길을 얼마간 올라, 중봉이 가까와질 무렵 능선에서 만난 눈과 바람이 만든 작품인데 하찮은 인간들의 지팡이 자국이 곳곳에 남아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서구의 유일신을 밎는 종교에서 유래한 잘못된 사상으로 인해 자연의 주인인 자연을 경시하고 마치 자기네들이 주인인냥 거들먹 대면서 자연을 자연 그래도 대하지 못하는 말종 인간들이 심히 유감스럽습니다. (13:14)

 

명수 부부 뒤로 보이는 봉우리가 해발고도 1,594M인 덕유산 중봉 입니다. (13:20)

 

나도 중봉을 배경으로 펼쳐진 설산을 배경삼아 추억이란 앨범에 담을 사진을 한 장 더 만들어 봅니다. (13:20)

 

중봉에 설치된 갈림길 이정표입니다. 우리 일행은 백련사 입구 갈림길에서 오수자굴을 지나 이곳 중봉으로 올라와 정상인 향적봉으로 갈 예정입니다. 13:39)

 

중봉 정상부엔 목재 데크만 설치되어있고 표지석은 없습니다. 이곳에서 정상인 덕유산을 뒤로하고 기념사진을 남기는 명수부부입니다. (13:44)

 

해발고도 1,594M인 중봉에서 기념사진을 남겼는데 향적봉 정상부는 내 머리 뒤에 숨어 보이질 않습니다. 바로 옆에 자릴 잡고 점심을 먹으면서 막걸리 한 잔 씩 나누는데 땀이 식어 써늘한 기운이 감돌아 정상인 향적봉을 향해 바로 출발합니다.(13:45)

 

중봉에서 향적봉 가는 능선에서 만난 고사목과 함께 한 명수 부부입니다. (14:03)

 

죽음 뒤엔 바로 새로운 삶이 잉태되는가 봅니다. (14:04)

 

나도 같은 자리에서 잠시 한 숨 돌립니다. (14:04)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 고사목 옆에서도 추억을 만들어 갑니다. (14:04)

 

하얀 설산엔 생과 사의 구분이 명확칠 않은 것 같습니다. 문득 "저승에는 주막도 없다는데, 오늘 밤은 어디서 자고 갈까?" 라는 조선시대 사육신 중의 한 분이신 성상문 선생께서 남기신 임종시의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14:06)

 

두 고사목 사이로 멀리 보이는 봉우리는  지난 해 1월 29일 역시 명수 부부와 동명이와 넷이서 방문한 적이 있는 좌측이 남덕유산이고 우측이 일명 장수덕유산이라 불리우는 서봉입니다. (14:07)

 

주목인지 구상나무인지 잘 구별이 되질 않지만 형태만으로도 모진 풍파를 겪었다는 사실만은 잘 알 수 있었습니다. (14:08)

 

고사목들의 무덤인 모양인데 또 다른 정취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잠시 쉬어가면서 시 한 수 읊어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14:09)

고사목(이산하) 

      바로 저기가 정상인데
      그만 주저 앉고 싶을 때
      거기 고사목 지대가 있다

      무성했던 가지와 잎 떠나 보내고
      몸마저 빠져나가 버린
      오직 혼으로만 서 있는
      한라산의 고사목들

      천둥 같은  그리움인 듯
      폭설 같은 슬픔인 듯
      죽어서도 썩지 앉는다
            <이산하, 고사목, 창작과 비평, 1999년 봄>

     

     

속이 텅 빈 나무와 한 몸이 된 듯한 명수부부입니다. (14:10)

 

얼마를 기다린 후 나도 한 번 記憶을 심어 봅니다. 生死가 한 그루의 나무에 共存하고 있는 듯 합니다. (14:11)

 

줄기가 서로 관통된 채 삶을 이어가고 있는 또 다른 거목 옆에 선 명수 부부입니다. (14:12)

 

덕유산 구간 어디에나 마찬가지지만 중봉에서 향적봉으로 향하는 능선엔 적설량이 보통이 아닙니다. 이곳의 눈은 쌀가루 처럼 불면 날아갈 듯 부드럽디 부드럽습니다. (14:15)

 

반 쪽만 살아  숨쉬는 듯한 주목 옆 산행로에는 산행객들로 넘칩니다. (14:21)

 

잠시 걸음을 멈추고 밝게 웃음 지어 봅니다. (14:21)

 

주목나무와 구상나무를 구분해 놓은 표지판인데 실상은 구분이 쉽질 않습니다. (14:22)

 

덕유산 정상이 가까와 질 무렵 향적봉 대피소 직전서 바라본 장사진을 이룬 산행객들이  마치 인사[人蛇]인 것 같습니다. [14:23]

 

향적봉 정상부에서 건너다 본 중봉 뒤로 멀리 지리산도 시야에 선명하게 들어 옵니다. [14:33]

 

덕유산 향적봉 정상부 돌탑 옆에 선 명수입니다. [14:34]

 

나도 같은 장소에 서 봅니다. 지난 번 방문 때는 설천지구에서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에 내려서 0.6km 떨어진 이곳 향적봉으로 와서 다시 1.1km 거리의 중봉을 다녀 왔었는데, 이번에는 무주구천동에서 백련사 입구를 지나 오수자굴-중봉을 거쳐 이곳으로 올라왔습니다. [14:34]

 

향적봉의 표지석 옆엔 기념사진을 찍기 위한 인파가 길게 늘어서 있어 약간 떨어진 곳에서 사진을 남겨 봅니다. [14:38]

 

향적봉에서 바라본 설천봉 정상부입니다. 2층으로 된 높은 기와 건물이 상제루이고 오른쪽 작은 건물은 설천지구에서 올라오는 곤돌라입니다. [14:38]

 

같은 장소에 선 동무 명수 입니다. [14:39]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산행객들 뒤로 고봉 준령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14:30]

 

앞쪽 아래는 향적봉 대피소이고 뒤는 중봉인데 멀리 지리산 천왕봉도 잘 보입니다. [14:43]

 

정상에서 백련사 방향으로 급경사 길을 내려 오는데 쌓인 눈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14:45]

 

급경사 눈길을 급히 내려 오다가 잠시 틈을 내 사진을 남겨 봅니다. 길이 워낙 가파른데다 적설량이 많아 하산길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14:50]

 

구천동 계곡이 끝나는 고도 940m 지점에 위치한 사찰인 백련사 바로 뒷편의 산행로에서 만난 부도입니다. [15:38]

 

얼마 전 부터 계속해서 쌍떡잎식물 단향목 겨우살이과의 상록 기생관목인 "겨우살이"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생약에서 기생목(寄生木)은 이것 전체를 말린 것이라고하며, 산의 나무에 해를 주지만 약용으로 쓴다고 합니다. 한방에서 줄기와 잎을 치한(治寒) ·평보제(平補劑) ·치통 ·격기(膈氣) ·자통(刺痛) ·요통(腰痛) ·부인 산후 제증 ·동상 ·동맥경화에 사용한다고도 합니다. [15:40]

 

백련사 경내에서 만난 고목으로 그리 크지는 않았는데 온갖 풍상을 겪은 듯한 모습입니다. [15:50]

 

구천동 계곡이 온통 눈으로 덮여 있었는데 곳곳에서 청류가 흐르는 소리가 맑게 들려와 지나는 이의 귀를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간혹 숨구멍 사이로 나온 맑은 물을 보는 것 만으로도 청량감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16:03]

 

삼공지구에 설치된 탐방로 안내도 입니다. 이곳보다 더 아래에 위치한 주차장에서 간단히 몸을 풀고 오늘 산행을 마쳤습니다. 막판 주차장에서 먼저 아이젠을 벗은 명수가 빙판길에 두 번이나 넘어져 다치지 않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다친데는 없나 봅니다.[16:52]

 두 아들이 수원서 돌아오는 날이라 남지에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명수 부부와 헤어진 후 시골집으로 갔습니다. 급히 저녁을 한 술 먹고 창원중앙역으로 달려가 겨우 시간에 맞춰  도착하여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평생 가장 많은 눈을 밟았고 가장 많은 겨우살이를 보았으며, 어쩌면 가장 많이 걸었을지도 모를 참으로 바쁜 하루였습니다. 동무들 덕분에 종종 명산 구경을 잘 하는 것이 작은 사치인 것 같지만 이런 사치라면 건강이 허락하는 한 언제까지나 가끔씩은 누리면서 살고 싶습니다.